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 화려한 이름표 아래 가려진 추리 장르의 퇴보와 모순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장르적 매너리즘과 브누아 블랑이라는 브랜드의 무게감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명탐정 브누아 블랑의 세 번째 귀환은 역설적으로 시리즈가 가진 장르적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 되었다. 2025년 12월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정보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전작의 화려한 휴양지를 떠나 고딕 양식의 성당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무대를 옮겼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현대판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찬사를 유지하기 위해 서스펜스의 농도를 높이려 시도했으나, 146분이라는 비대한 러닝타임은 오히려 탐정 캐릭터의 매력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브누아 블랑은 이제 탐정이라기보다 하나의 아이콘으로 굳어버렸으며,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지적 유희라기보다 정해진 수순을 밟는 기계적인 루틴처럼 느껴진다. 고전 추리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명분 아래 시도된 이번 편의 변주는, 추리 장르가 본질적으로 갖추어야 할 날카로운 긴장감보다는 감독의 작가적 고집이 투영된 장황한 서사로 변질되었다. 이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누가 범인인가'라는 근원적인 호기심보다 '어떻게 더 기괴하게 보여줄 것인가'에만 집착하게 된 현대 추리 영화의 매너리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고딕 미스터리의 외피를 쓴 장황한 설교와 서사적 둔탁함
이번 작품의 배경이 되는 '영원한 불굴의 성모 성당'은 미스터리의 핵심 공간이자, 동시에 서사를 무겁게 짓누르는 감옥과도 같다. 작품의 줄거리는 괴짜 사제 몬시뇰 윅스가 지배하는 폐쇄적 공동체 내에서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다루며, 부제인 'Wake Up Dead Man'이 암시하듯 죽음과 부활이라는 종교적 은유를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오컬트적 분위기는 추리극의 논리적 전개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채 겉돌기만 한다.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빌드업은 지나치게 느릿하며, 인물들 사이의 갈등은 긴박한 심리전보다는 장황한 설교와 훈계조의 대화로 채워져 시청자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단서를 촘촘하게 배치하기보다, 공간이 주는 위압감과 종교적 상징성에 매몰된 연출은 추리 영화로서의 미덕을 스스로 포기한 듯한 인상을 준다. 몬시뇰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은 세밀한 복선의 회수가 아닌, 우연과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며 서사적 둔탁함을 가중시킨다. 이는 곧 작품에 대한 관람평에서 긴장감 결여라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앙상블 캐스트의 파편화와 기능적으로 전락한 인물들의 초상
조쉬 오코너, 케일리 스패니, 앤드류 스콧, 그리고 제레미 레너에 이르기까지 이번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출연진 라인업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토록 화려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영화는 각 배우의 이름값에 걸맞은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데 실패했으며, 대부분의 용의자는 브누아 블랑의 추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기능적 도구로 소모된다.
특히 첼리스트나 작가와 같은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흐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배경의 일부로 전락하며, 제레미 레너나 글렌 클로즈 같은 대배우들의 존재감조차도 평면적인 설정 속에 갇혀 빛을 잃는다. 인물 간의 팽팽한 대립과 용의자들의 알리바이가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내는 추리물의 정석적인 재미는 온데간데없고, 관객은 그저 배우들의 유명세에 의존해 범인을 추측하는 지루한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인물 활용 방식은 앙상블 캐스트를 전면에 내세운 블록버스터 추리극이 빠지기 쉬운 가장 흔한 함정이며, 이번 작품은 그 함정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실망스러운 후기를 양산하게 만들었다.
탐욕의 순환 논리와 시리즈의 정체성 상실이 남긴 과제
작품의 결말과 그에 따른 서사적 해석은 결국 인간의 원초적인 탐욕이 빚어낸 허망한 촌극으로 귀결된다. 8,000만 달러 가치의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60년간의 침묵과, 무너져가는 성당을 지키기 위해 기획된 기만적인 부활쇼는 추리 영화의 논리적 완결성이라기보다는 허무맹랑한 우화에 가깝다.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부재하며, 마취제와 메스라는 과학적 도구가 오컬트적 분위기를 무너뜨리는 방식 또한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필자가 매긴 이번 편의 개인적인 평점이 시리즈 중 가장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은 전작들이 가졌던 날카로운 사회 풍자와 기발한 트릭의 변주를 모두 잃어버린 채, 스케일의 확장과 캐스팅의 화려함이라는 허상에만 매달렸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열연은 여전히 빛나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시나리오의 빈약함은 브누아 블랑이라는 캐릭터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다. 결국 이번 세 번째 이야기는 시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었으며, 추리 장르가 도달해야 할 본질적인 재미는 화려한 포장지가 아닌 정교한 서사의 뼈대에 있음을 뼈아프게 증명하며 막을 내린다.